
28일(화) 오후 5시 정도였습니다. 청색 티셔츠를 입은 30대 가량의 건장한 체격을 가진 분이 사무실엘 들어왔습니다. 날씨가 후덥지근한 탓도 있었겠지만 바삐 오시느라 그랬는지 얼굴엔 땀이 홍건 했습니다.
몸은 아프고 병들어도 치료 받을 곳이 없어서 찾아오는 외국인노동자! 오갈 곳도 없고, 밥 사먹을 돈마저 떨어져서 찾아오는 외국인노동자!! 임금체불 혹은 산업재해 혹은 이혼과 폭행 피해 등으로 찾아온 외국인노동자!!!
이분들과 함께 자원봉사 혹은 업무관계로 찾아오신 분 등이 수시로 사무실 출입을 하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오후 5시면 하루 업무를 정리할 시간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습니다.
"김해성 목사님을 잠깐 뵙고 싶습니다!" "지금 사무실에 계시지 않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김해성 목사님을 찾아온 그분께 목사님의 부재를 알렸더니 잠시 주춤거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더니 사무실 밖에서 잠깐 이야기하자고 하시던 그분께서는 이렇게 짧은 말과 함께 봉투를 건네주는 것이었습니다.
"기부하고 싶습니다!"
엉겁결에 봉투를 받아들고 신분을 여쭈었으나 그 분께서는 눈인사로 대답을 대신 하시더니 이내 사라지셨습니다. 봉투에는 농협 발행 100만 원 짜리 자기앞수표 2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10분 정도의 짧은 시간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그분'이 떠난 뒤에 뭉클함과 궁금증이 겹쳐졌습니다.
'그분'은 누구신데 이름도 알려주지 않고 황급히 떠나셨을까? '그분' 또한 넉넉해보이진 않았는데 노동자의 한 달 월급에 해당하는 큰돈을 선뜻 기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분'이 남기고 간 봉투와 몇 마디와 눈빛엔 얼마나 많은 기쁨과 은혜가 담겨있을까?
'가물에 단비'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가뭄이 들어 곡식이 다 말라서 애태우던 때에 기다리던 비가 온다는 뜻입니다. '그분'이 주시고 간 후원금은 그냥 후원금 200만원이 아니라 '가물에 단비'였습니다.
외국인노동자들을 무료로 진료, 치료, 입원시켜 드리는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은 오래 적자운영 끝에 한 달 전에 30병상의 입원실이 닫혔습니다. 무료 급식소에선 외국인노동자들이 매일 400~700명가량이 식사를 하는데, 무료 쉼터엔 100여명이 머물고 있는데, 다문화어린이집과 방과후교실에선 30여명의 다문화 어린이들이 공부하고 있는데 정부지원은 없고 후원금은 줄고….
날마다 운영비 걱정으로 얼굴이 꺼칠게 타들어가는 김해성 목사님이 생각났습니다. 병든 외국인노동자들의 생명을 구하느라 정작 자신의 건강(간질환+당뇨)을 잃어가고 있는 40대 후반의 목자가 생각났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준 '가물에 단비'로 밝게 웃게 될 외국인노동자들의 아버지가 생각났습니다.
28일 오후 5시 서울 구로구 가리봉1동 137-22 '지구촌사랑나눔'과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에 '가물에 단비'가 내렸습니다. 그 단비는 외국인노동자들의 밥이 될 것이고, 잠자리가 될 것이며, 아픈 몸을 치료할 것이며 끝내는 닫힌 병실 문을 열어줄 것이며, 다문화어린이들의 책과 공책이 될 것입니다.
이름도 모르는 '그분'께 감사의 기도를 드립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25:40)
| * 2009-07-29 작성되었으며 기존의 홈페이지에서 옮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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