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종합일간지' 아시아투데이]
외국인근로자 120만 시대. 이미 우리사회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 하지만 우리사회는 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좋지 않다.
특히, 각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한 보호와 이들을 돌보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을 설립하고 외국인노동자들은 무료로 진료하고 돌보고 있는 김해성 목사(48ㆍ지구촌사랑나눔 대표).
지난 5년간 그는 외국인노동자들에게는 이웃보다도 더 가까운 존재였었다.
서울시 구로구 가리봉1동 137-22번지. 도로 가, 낡은 육교 앞에 우두커니 서있는 건물. 이곳은 국내 최초로 외국인노동자들을 무료로 치료해주는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이다.
김해성 목사는 이곳에서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와 같이 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이천 냉동창고화재 사고에서 중국동포 사망자들의 장례와 보상절차를 맡아 진행했던 김 목사는 이날도 병원에서 외국인 환자들을 돌보고 있었다.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이하 외노의원)이 22일 개원 5주년을 맞았다. 외국인노동자를 대상으로 무료로 진료해주는 외노의원은 30병상의 입원실과 의사와 간호사 등 유급직원 20여명을 둔 의료기관이다.
무료로 이 의원을 5년째 운영하고 있는 김해성 목사는 이렇게 문 닫지 않고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외노의원은 2004년 7월 22일 개원한 후 현재까지 중국, 몽골, 스리랑카, 베트남, 나이지리아 등 13개국 환자 17만5000여명을 무료로 치료했다. 외국인노동자의 인권과 한국 내에서의 생활 등을 상담해주던 김 목사는 어느 날 한 중국동포가 건설현장에서 발이 못에 찔려 썩어가고 있는 모습을 봤다.
또 배가 아픈 외국인노동자가 진통제만 먹고 버티다가 배가 부풀어 올라 사망했다. 급하게 병원에 가서 개복해보니 간단한 수술로 치료가 되는 급성맹장이었던 것.
이렇게 불법체류자의 신분이라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결국 죽어가는 외국인노동자를 보고 병원설립을 결심했던 그다.
김 목사는 “병원에 한번만 가면 살릴 수 있는데…….라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며 “돈도 없고 의사도 아닌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란 걱정도 많이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03년 병원을 세우겠다고 결심했던 김 목사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1년여 간의 준비 끝에 결국 무료 치료를 해주는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을 설립했다.
이후 불법체류 신분의 외국인 노동자뿐만 아니라 공장에서 산재를 당하고서 해고된 외국인, 치료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일반 병원에서 쫓겨난 근로자, 구청에서 데려온 행려병자 등 소외 계층을 조건 없이 모두 받아들였다.김 목사는 "외국인을 위한 무료 병원을 세우겠다고 했을 때 의료전문가들 모두 절대 불가능하다 며 극구 반대했었다. 5년을 버텨왔다는 것은 기적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런 기적의 바탕에는 많은 도움도 있었다. ‘여호와이레’라는 익명의 후원자는 2007년부터 올해까지 1억3000만원을 몰래 기부했다.
또 2007년 5만원으로 후원을 시작했던 ‘샬롬’은 지금은 50만원씩 후원하고 있다.
이와 같은 개인 후원자들 외에도 기관과 단체에서도 많은 도움을 얻었다. 국민은행은 3억 원을 후원해 줬고, 외환은행도 2억5000만원을 후원했다.
또 대한산업보건협회도 2억5000만원을 후원해 주는 등 외국인 무료 진료에 사용토록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런 후원 덕에 병원은 쉼터를 마련해 오갈 곳 없는 외국인노동자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그들이 아픈 곳을 보살필 수 있었다. 돈도 없고 의료보험 혜택도 없는 고통 속에서 지내던 그들에게 이곳은 재활과 꿈을 이룰 수 있는 원천이 되기도 했다.
이에 의원과 쉼터는 자리가 빌 틈이 없다. 불법체류자나 갈 곳 없는 외국인들이 무료로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을 알고 나가려 하지 않는다.
갈 곳도 없는 외국인들에게 나가라고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성남에서 거주하며 일하고 있는 할롬씨(33)는 “김 목사처럼 외국인에게 이렇게 도움을 주는 일은 쉽지 않다”며 “수많은 도움을 주면서 다른 사람에 비해 더욱 헌신적인 모습을 보며 감동받았다”고 김 목사에 대해 말했다.
이어서 그는 “한국에 오는 외국인노동자들은 모국에서 땅팔고 집팔고 오는 사람들이다”라며 “최후의 보루로 온 한국에서 오마자자 불법체류자로 잡히고 쫓겨나고 아파도 치료도 못 받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김 목사는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도움을 주기 위한 일도 함께 하고 있다. 경기도 오산에서 일하던 무하마드 자니 미안씨(45ㆍ방글라데시)는 작업 중 2~3m의 높이에서 떨어졌다.
허리를 크게 다친 그는 국립의료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수술비는 정부에서 약간의 지원이 나왔지만 의료원 퇴원이후 치료비는 본인이 부담하고 있다.
모국에 보내야할 돈도 있는데 치료비로 많은 돈이 사용돼 상업재해보험 적용을 상담받기 위해 김 목사를 찾았다. 현재 허리보호대를 착용하고 지내는 무하마드씨는 김 목사의 도움을 받아 보험적용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러던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이 요즘 경영난에 빠졌다.
과거 외국인노동자와 난민, 탈북자 등에게 무료로 치료해주었던 병원사정이 크게 나빠진 것.
현재 의원은 입원실을 모두 폐쇄한 상태. 입원해 있던 환자들도 대부분 쉼터나 다른 병원으로 옮기고 지난달 중순부터 외래 환자만 받고 있다.
의원 개원이후 예상됐던 자금 문제는 무료 진료를 하면서 더욱 크게 다가왔다. 기업의 기부금으로 간신히 막아왔으나, 경기불황으로 최근 기부금이 예년의 절반가량 줄어 상근직 의사와 간호사 20여명에게 급여조차 못 줄 정도로 심각한 운영난을 맞게 됐다.
김 목사는 "정부 지원 없이 일부 기업의 기부에 의존해 병원을 운영해 왔으나 최근 경기불황으로 기부금마저 줄어 부득이하게 입원실을 폐쇄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 목사는 “최소한의 경비로 외래 진료는 하고 있지만 이러한 상황이 지속하면 조만간 외래 환자마저 받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김 목사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방법은 일반 시민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개인 후원자들의 작은 정성이 큰 결실이 되듯 5000원 1만원씩 기부해주시는 개인 후원자들이 많아지길 그는 기원했다.
김 목사는 “현재 힘든 상황이지만 고비만 넘기면 병원을 다시 정상 운영할 것으로 본다”며 “이번 5주년을 계기로 더 많은 외국인근로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많은 후원(지구촌사랑나눔 : 02-863-6622)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외국인노동자전용병원은 이날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 신상진 한나라당 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구로구 가리봉동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에서 개원 5주년 기념식을 열고 더 큰 목표를 위해 나아갈 것을 다짐했다.
<지환혁 기자 kelw@as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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